문서의 정리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들에 의해 고인의 신변이 정리되기 마련입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타인의 결정에 맡겨야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남겨진 사람에게도 고인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 수많은 결정을 쫓기듯 처리해야 하는 상당한 부담도 있습니다. 특히 죽음 이후 권리가 상실된 고인의 몸과 명의, 재산 등의 처분은 권리를 위임 받은 유족에게도 복잡한 절차를 요하기 때문에 고인이 생전에 자신의 의지를 반영한 문서로 정리해두면 유족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유언장은 죽음에 이른 당사자의 의사를 가장 잘 표현해 놓은 문서입니다. 유언의 내용은 오롯이 유언자가 작성하기 나름이지만 반드시 자필로 작성해야 하며, 컴퓨터나 타자기를 활용해 작성한 문서는 인감도장이 찍혀 있거나 인감 증명서를 첨부한다 해도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습니다. 또한 자필 문서에는 유언자의 이름, 실거주 주소, 작성일자, 작성자의 도장이 반드시 날인되어 있어야 합니다. 유언장에는 유효기간이 없으므로 고인이 명료한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작성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중간에 수정사항이 발생하더라도 수정된 부분에 도장이나 지장을 찍으면 법적으로 유효합니다.
유언장이 죽음 이후 고인의 권리사항들을 어떻게 처분할지 정하는 것이라고 하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미리 선택하는 것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입니다. 환자가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고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았다면 연명을 유지하기 위한 의료행위를 지속할지 여부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때 의식이 없는 환자의 치료를 멈추는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는 가족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생전에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었다면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연명 유지를 위한 의료행위는 중단되거나 유보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의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에 대한 주체적 결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