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다움]
걸어서 가을 속으로, 부안
-산과 바다를 모두 감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가을이 되면 다들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 보다는 계속 자연을 찾아 헤매며 걷는, 그런 것들을 지향하게 된다. 붉게 물든 단풍과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짧게 지나갈 가을을 만끽하고 싶어서 일지도. 그런 상황에서 부안은 조금 색다른 트레킹 여행지가 된다. 내륙산에 이어진 등산로를 걸으면 단풍으로 물든 숲을 즐길 수 있고, 곰소항으로 나가면 바다를 만나게 된다. 산과 바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치스러운 여행이다. 자연에 흠뻑 취해 걷고 싶어서 온 부안. 이곳에서 만나는 가을빛을 전해본다.
파도와 시간이 만든 작품, 채석강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졌다는 ‘채석강’의 이야기를 아는지. 그곳과 흡사해서 이곳도 ‘채석강’이 되었다. 채석강은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닭이봉 일대를 이루는 1.5km의 해안절벽과 바다를 말한다. 강처럼 보이겠지만 바다라는 점이 신기하다. 마치 수많은 책을 켜켜이 쌓아 올린것처럼 보인다. 아주 오랜 시간 파도가 만들어낸 멋진 작품인 것이다. 과연 변산8경 중 하나일 만 하다. 바다와 절벽 그리고 해식동굴까지. 1억 년의 시간이 만들어진 이 아름다운 풍경은 SNS 포토 존으로도 인기다.
가벼운 가을 산책, 변산반도 국립공원
가을의 풍경을 만나기 위해 찾은 변산반도 국립공원. 바다와 산을 모두 품은 욕심만은 장소다. 해안가는 외변산, 내륙의 산악지역은 내변산이라 구분하고 있으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멋진 산봉우리는 물론 내소사와 같이 유서 깊은 사찰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직소폭포와 아름다운 낙조대, 고사포와 격포, 변산해수욕장 등 자연이 주는 멋진 풍경 또한 품고 있다. 가을이면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불그스름한 단풍으로 물든다. 그 알록달록한 자연의 색을 만나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탐방로는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직소폭포 가는 길이다. 오르막이 거의 없고 평탄한 평지가 이어지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다. 시작부터 여행객을 맞이하는 울창한 단풍 터널을 지나 걸어가면 변산의 4대 사찰 중 하나인 실상사가 나온다. 잠시 들러 경내를 구경해도 좋지만, 다시 내려오는 길에 방문할 수 있으니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직소폭포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다. 절벽에서 직선으로 쏟아지는 물줄기, 그와 어우러지는 기암괴석과 넓고 푸른 소까지.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게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다.
달큰한 해산물 한 상, 바지락 야채비빔밥
부안에 왔으니 바지락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바지락 야채비빔밥은 큼지막한 바지락을 맑게 끓인 국과 8여 가지의 반찬, 그리고 야채를 듬뿍 넣은 비빔밥이 함께 나온다. 가득 들어간 바지락을 매콤한 양념장과 참깻가루, 참기름과 함께 비벼 먹는다. 아삭한 식감의 야채와 쫄깃한 바지락을 함께 먹으니 산뜻하고 가벼운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시원한 바지락국까지 함께 맛보면, 입안 가득 바다가 철썩이는 느낌이 든다. 과하지 않은 간과 양,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아 아무리 먹어도 속이 쓰리지 않고 개운한 맛이다.
지친 마음을 소생시키는 길, 내소사 전나무길
내소사 전나무길의 유명세를 아는지. ‘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함께 나누고픈 숲길’로 선정된 이력도 있고,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포천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길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이라고. 내소사까지 이어지는 약 600미터의 길 좌우에는 키가 아주 큰 전나무 700여 그루가 줄을 지어 서 있다. 하늘을 가릴 듯 높게 뻗은 기둥과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 조각이 부스럼처럼 떨어져 있는데, 그 풍경이 어찌나 반짝이는지. 이미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걸었음에도 울창한 전나무 터널은 황홀하다. 이 나무 사이를 지나 내소사까지 느긋하게 걸어가 본다. 숲의 내음, 맑은 공기가 지친 마음에 가벼운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끝과 끝까지 왕복하면 약 1시간 정도니, 걸음에 부담도 없다.
그 길의 끝에 있는 내소사는 ‘여기에 들어오는 모든 이, 소생하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올린 스님의 마음을 담아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지녔다. 대부분 목재로 지어져 있어 세월이 주는 단단한 멋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교원라이프 라이프 상품 회원이라면 누구나 여행다움의 여행상품을 특별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