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무엇이라도 '렌탈'하는 세상
렌탈의 개념은 어떻게 확장되고 있나?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
다음 중 렌탈로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은 무엇일까?
1. 전기자전거 2. 의류 관련 관리 용품 3. 게이밍 모니터 4. 식기세척기
정답은 없다. 보기에 답이 없다. 즉, 보기에 있는 제품이 모두 렌탈로 사용 가능하다.
그렇다. “무엇이든” 말해도 좋다. 지금의 렌탈 추세를 보면 그렇다. 무엇이든 렌탈하는 시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이제는 렌탈이 새로운 개념이 되어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모바일 기기나 테블릿도 렌탈로 만날 수 있고, 의류 관리기, 펫가전, 피부케어 제품, 커피머신 등도 렌탈로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CU는 일부 점포에 골프채와 같은 고가의 상품들을 “일” 단위로 빌려주는 렌탈 서비스를 시험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 많이 활용하고, 해당 게임이 끝나면 활용도가 떨어질 것 같은 게임 콘솔도 렌탈이 가능하다. 게임 콘솔 같은 경우는, 집에 손님이 많이 오는 명절과 같은 때에 하루 정도 렌탈하는 상품도 있다. 이렇듯, 열거하자면 끝이 없는 렌탈의 시대가 열려 있다. 무엇이든 말만 하면, 어디에선가 렌탈 상품을 찾아올 수 있을 것만 같은 트렌드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드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와 함께 렌탈은 개념 자체를 달리하고 있다. 과거 “정수기” 로 대표되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의 핵심 가치를 받아들이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바라볼 때, 도대체 렌탈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를 반영해 나가고 있을까? 렌탈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될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엠비슈머의 등장, 렌탈에는 어떤 영향이
엠비슈머의 등장은 렌탈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엠비슈머란 본인에게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에는 거리낌 없이 투자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자신이 생각한 가치와 일치한다면 과감하게 소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엠비슈머의 등장은 소비의 다양화를 가져왔다. 무조건 소비하고, 무조건 소비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가치를 따져보며 돈을 쓴다. 그러다보니 가치를 두는 곳에는 크게, 가치를 두지 않는 곳에는 최대한 아껴가며 소비하게 되는 상황이 나타났다. 그래서 소비가 무척 다양해진 것이다.
렌탈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안마의자를 비롯해 고가의 제품들도 렌탈 라인업에 올라있는데, 생각보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 시장이 확장세다. LG헬로렌탈 등을 비롯해 다수의 렌탈 서비스들이 고가의 제품 라인업을 늘려가는 걸 알 수 있다. 모두가 이런 제품을 렌탈하진 않겠지만, 각자의 가치에 따라 필요하다면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노린 행보라고 볼 수 있겠다.
교원의 웰스도 안마의자, 에어컨, 메트리스, 의류관리기, 뷰티 디바이스, 스마트팜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가격대는 조금씩 다르지만, 과거보다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부는 프리미엄 라인에 속하며, 이 역시 각자의 가치에 따라 존재하는 니즈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엠비슈머의 등장은 각자 가치를 두는 곳에 더 많은 소비를 집중시키는 지금의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렌탈 시장 역시 획일화된 모습이나, 획일화된 가격대의 시기는 지났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각자의 소비 가치를 만족시키며 라이프스타일에 함께 존재하게 되리라 예상한다.
케어의 일반화, 렌탈이 “구독” 으로
사실 “케어” 라는 단어는 처음 등장한 건 아니다. 하지만 필터를 갈거나, 노즐을 바꾸는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케어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요즘 렌탈과 함께 이뤄지는 케어는 그렇다. 그래서 지금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선호나는 렌탈은 “구독” 의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구독이란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나 제품, 혹은 할인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중 렌탈은 서비스나 제품 쪽에 가까운 개념이다. 구독이 왜 케어인지 궁금할텐데, 이를 테면 이렇다. OTT를 구독하면 어떤가? 나의 시청이력에 맞게 꾸준히 추천 영상을 알려주고,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이 등록되면 알림을 보내준다. 간단한 과정 같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퍼스널 “케어” 다. 구독했으니 영원한 고객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케어 과정이 없다면, 또다른 서비스로 이탈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양한 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렌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케어” 의 범위를 넘어 웰스는 메트리스 케어, 에어컨 관리 서비스, 공기청정기 관리, 전기레인지 글라스 관리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케어의 범위도 다양해 졌고, 케어 자체의 콘텐츠도 매우 다양해진 모습이다. 즉, 렌탈은 “케어” 의 다변화를 통해 구독이라는 트렌디한 개념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렌탈과 구독은 거의 같은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구독의 사례들을 본다면, 렌탈에서 각종 케어를 추가한 개념이 구독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이런 형태의 구독은 렌탈 시장에서 일반화가 되고 있고, 마케팅이나 고객 관리의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결국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독하며 일상의 여력을 더 찾아가는 방면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방식을 돕는 게 새로운 렌탈의 개념이라는 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상과 함께 하는 렌탈
이제 렌탈은 일상과 함께 하는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부만 선택하는 개념이 아니라, 모두의 일상과 함께 하는 대중적 개념으로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니 여러분의 라이프스타일 중, 빈 공간을 찾아 보시길 바란다. 그게 무엇이라도, 이 시대의 렌탈이 빈틈을 채워줄 테니 말이다.
노준영 작가 :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 마케터, 컨설턴트다.
CJ E&M 에 방송 작가로 데뷔해 "츄잉팝", "뮤딕", "팝콘" 등의 프로그램 기획 및 구성을 진행했다. 이후 K팝 매거진 편집장을 거쳐 '마케팅컴퍼니 엔' 이라는 개인 회사를 설립한 후 JTBC, 휠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내셔널지오그래픽, NICE세무법인 등 다수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회사 업무와 더불어 수많은 기업과 기관 강연을 진행하며 살아있는 트렌드와 마케팅 지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인싸력을 높여라!", "이것이 메타버스 마케팅이다", "요즘 소비 트렌드"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