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드]
서울 성북구
글 _ 신유진(여행작가)
함께 시간을 나누는
해로커피
성북동에는 성북동만의 감성이 있다. 시간이 꾹꾹 눌러져 있고, 여유로움과 정취가 느껴진다. ‘해로커피’에는 그 느낌이 그대로 담겨있다. 무려 82년 된 한옥에 해로의 커피향이 가득하다. 이병희 대표는 10년 이상 바리스타 활동을 하다 성북동에 해로커피를 오픈했다. 카페 자리를 찾기 위해 6개월 정도 곳곳을 누비다 우연히 성북동에서 지금의 한옥을 발견하곤 자리 잡게 됐다. 해로는 한자로 함께 해(偕), 늙을 로(老)를 쓴다. 손님과 함께 시간을 나누며 늙어가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해로의 로고는 나이테를 형상화했다. 시간이 지나면 늘어나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해로의 나이테도 늘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잔잔한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정다움이 좋다. 가려져 있던 서까래는 노출하고, 나무 창문틀도 그대로 살렸다. 대신 중정이 잘 보이도록 통창을 설치했다. 한옥에서 카페를 하려면 목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 목수 일도 배웠다고 하니 그 애정이 대단하다. 카페에 있는 귀여운 의자는 이병희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인테리어도 한옥과 잘 어울리도록 옛것을 최대한 사용했다. 커피 바는 이 대표의 할머니께서 사용하시던 장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랜 한옥이 주는 아늑함과 나무로 꾸며진 공간이 우리의 시간을 편안하게 만든다.
해로커피는 다양한 원두를 직접 로스팅한다. 매년, 매달 좋은 원두가 한국에 들어오면 테스팅하고 라인업한다. 여러 맛을 가진 커피를 소개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매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블랜딩부터 스페셜 원두까지 총 아홉 가지 정도가 있다. ‘성북 아리랑’은 해로의 대표 원두로 콜롬비아, 과테말라, 인도 원두 세 가지를 블랜딩했다. 진하지만 기분 좋은 청량함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 마셔도 좋다. 7월과 어울릴 만한 원두로는 오렌지의 신맛처럼 상큼하게 즐길 수 있는 페루 원두를 추천받았다.
아인슈페너도 해로커피의 인기 메뉴다. 아인슈페너의 크림 비율을 맞추는 데 오랜 공을 들여 커피와의 조합을 맞췄다. 두툼하게 들어간 진한 크림 아래 청량한 커피가 입안으로 들어온다. 크림을 섞지 말고 그대로 마셔보자. 달콤함과 쓴맛의 조합이 좋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메뉴론 트로피칼 에이드가 있다. 패션후르츠와 히비스커스 티를 우려서 만든 에이드로 과육이 들어 있어 씹는 즐거움이 있다. 디저트는 일곱 가지로 직접 굽고, 시즌별로 바뀐다. 더워진 날씨에 어울리는 상큼한 레몬, 라즈베리 스콘이 인기가 좋다. 자그맣지만 풍성한 고소함을 자랑한다.
해로커피에서의 시간이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바람은 머무는 시간 동안 충분히 전해졌다.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해로의 잔잔한 시간이 떠오를 것 같다.
📣 해로커피 기본 정보 ▪️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 19-3 ▪️ 전화번호: 02-6012-9871 ▪️ 운영시간: am 11:00 ~ pm 10:00 ▪️ 대표메뉴 - 트로피칼 에이드 7,000원 - 앙버터스콘 4,500원 - 레몬스콘 4,500원 |
일상의 편안한 공간
루틴
성신여대 앞에 모던한 카페 ‘루틴’이 있다. 일상처럼 편하게 오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름에 담았다. 인테리어는 블랙톤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커다란 창문 덕에 바깥 풍경이 하나의 액자 속 작품처럼 보인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담백한 공간에 손님이 올 때마다 다양한 색깔이 더해진다.
양명호 대표는 루틴이 사람과 소통하며 교류하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손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에 친절함이 묻어나는 이유기도 했다. 루틴에는 특별한 고객 카드가 있다. 카페를 방문할 때마다 달 모양의 도장을 카드에 찍어준다. 방문하는 시간에 따라서 도장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아침에는 초승달, 오후에는 반달, 저녁에는 보름달. 방문 시간이 다르니 채워지는 달의 모양도 모두가 다르다. 30개의 달을 다 채우면 카페에서 사용하는 자신만의 도자기 컵이 생긴다. 현재까지 24명이 전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루틴의 모든 메뉴는 맞춤 제작한 도자기 컵을 사용하고 있다. 메뉴에 따라 커피 잔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반대로 컵의 크기에 맞추기 위해 레시피를 바꿨다고 한다. 컵에 맞춰 비율을 바꾸는 작업은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는 그의 말에서 색다른 열정이 느껴졌다.
루틴은 루틴만의 블랜딩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루틴의 블랜딩 원두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산미로 시작해 마지막은 구수한 맛이 나도록 블랜딩한 것이 특징이다. 루틴의 시그니처인 솔트카라멜은 단짠 커피의 정석을 맛볼 수 있다. 부드러운 크림과 커피가 조화를 이룬다. 카라멜의 과하지 않은 달콤함과 소금의 짠맛이 감칠맛을 더해준다. 음료 중에서는 히비스커스 아이스티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유기농 히비스커스 티백을 사용해 만든 새콤달콤한 음료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디저트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건 단연 테린느다. 테린느는 프랑스식 디저트로 브라우니와 케이크의 중간 정도 식감을 가졌다. 꾸덕꾸덕한 쫀득함과 진한 맛이 특징이다. 큐브 형태로 나와 예쁘고, 먹기도 편하다. 차갑게 먹어야 고유의 풍미를 즐길 수 있어 최대한 빨리 먹기를 권했다. 종류는 치즈, 말차, 오레오, 초코 네 가지 맛이 있다. 바나나푸딩도 대표 메뉴다. 떠먹는 바나나 케이크라고 보면 되는데 촉촉하고 부드럽다. 바나나의 풍성한 달콤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루틴의 모든 메뉴는 손님과 직원의 피드백을 받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어떤 메뉴를 시켜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자부한다’는 말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얼마 전부터는 저녁 손님이 커피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고민 끝에 와인 판매를 개시했다. 화이트 와인 한 잔 정도 마시면 잠자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는데 손님의 시간을 공감하고, 니즈를 선택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틴에서의 시간이 좋았던 추억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양 대표의 배려 덕분에 손님들이 루틴하게 찾는 카페가 된 것 같다.
📣 루틴 기본 정보 ▪️ 주소: 서울 성북구 보문로34가길 6 ▪️ 전화번호: 02-6489-4589 ▪️ 운영시간: am 11:00 ~ pm 10:00 ▪️ 대표메뉴 - 아이스티 5,000원 - 솔트카라멜 6,500원 - 바나나푸딩 6,500원 - 테린느 6,500원 |
신유진 작가 : 여행 전문 블로그 ‘조그만 여행상사’를 운영하며 던킨도너츠 블로그, 경기관광공사 등에 여행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저서로는 《청춘여행 버킷리스트》 《청춘의 여행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