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
일상에 파고든 언더독(underdog)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나?
예상은 “예상” 일 뿐
“야구”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경기장을 떠올려보자. 상황이 묘하다. 한 팀은 엄청난 전력을 갖춘 팀이다. 팀이 부유하다.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 선수들을 여럿 영입했다. 그런데 상대팀은 그러지 못했다. 선수 육성을 중요시하는 팀이다. 공격적인 투자는 없었다. 그래서 유명 선수들을 따로 영입할 수 없었고, 자체적으로 육성한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상황을 들어보면, 누가 봐도 유명 선수가 많은 야구팀이 이길 것만 같다. 하지만 야구는 9회말 2아웃까지 모른다고 했다. 대등한 경기를 하기도 하고, 오히려 유명 선수가 많지 않은 팀이 이기기도 한다. “축구” 도 마찬가지다. “지구방위대” 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한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 패기로 맞선 팀에게 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경기를 둘러싼 예상은 그저 “예상” 일 뿐, 결과는 경기를 해봐야 아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상황들이 스포츠경기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단어 언더독(underdog)이 일상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통쾌한 한 방, 대리만족의 기쁨
💡 언더독이란 스포츠에서 이길 확률이 다소 낮은 팀이나 선수를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길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변을 일으키며 통쾌한 마음을 선사한다. 스포츠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
일상의 모든 분야에 언더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셰프” 열풍을 다시 일으킨 “흑백요리사” 를 떠올려보자. 흑백요리사의 인기 비결로는 여러가지가 뽑혔다. 요리 자체에 집중한 카메라워크, 결과를 정확히 보여주는 의미 있는 편집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중에서 가장 큰 공감을 받은 건 역시 언더독의 존재였다. 흙수저와 백수저로 대표되는 셰프들의 대결이다. 분명 명성을 가지고 있는 백수저가 흙수저를 이길 것 같아 보이는데, 실제로 불꽃 튀는 요리 대결을 통해 백수저를 이긴 흙수저 셰프가 많았다. 이 과정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고, 승부의 진정성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공감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언더독은 대리만족의 정도가 크다. 마치 자신이 이긴 것처럼 기쁘다. 일상에서 느끼는 각자의 어려움을 투영하고, 이 어려움이 해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리만족은 라이프스타일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속 시원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 개념이라 누구나 공감하기 때문이다. 흑백요리사는 대리만족의 지점을 콘텐츠로 잘 표현했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대중들의 마음을 읽고, 기업이 생각하는 바를 콘텐츠로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또한 대중들은 자신이 공감하는 기업이나 브랜드를 찾아보고,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대상에게 지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정서적 공감을 경험해봐도 좋을 것이다.
전문성, 전문가의 시대
그렇다면 언더독은 단순히 대리만족으로만 바라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범위를 확장해 본질을 바라본다면, 전문성에 대한 이슈를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흑백요리사로 돌아가보자. 흑백요리사가 단순히 언더독만을 위한 프로그램인가? 그렇지 않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요리를 완성한 사람이 이긴다. 전문성이 없다면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의 일상을 생각해보자. 결국 우리의 소비를 이끌어 내는 대상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남다른 소통을 이어온 기업과 브랜드다. 언더독도 전문성이 있다면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언더독이 아니라도 당연히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애초에 우리는 소비의 가치를 따지는 시대에 산다. 전문성이 없는 기업이나 브랜드에게는 돈을 쓰지 않는다. 언더독 트렌드는 우리에게 전문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흐름이 아닐까 한다.
라이프케어 역시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 교원라이프는 그간 장례 관련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를 통해 전문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왔다. 고품격 브랜드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장례 서비스의 모든 요소를 표준화하고, 장례와 연관된 모든 요소를 신경 쓰며 차별화된 전문성을 드러냈다. 이런 행보가 대중들에게 고품격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며, 라이프케어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은 공감으로, 결과는 전문적으로
언더독의 흐름은 우리의 일상을 더 많은 공감의 순간으로 이끌 것이다. 한편으로는 긍정적 결과는 전문성을 갖춘 주인공만이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공감과 전문성이라는 2가지 측면을 언더독 트렌드를 통해 생각하고,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방향성을 떠올려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전문성이 없는 기업과 브랜드는 대중과 소통하기 어렵다. 차별화된 전문성을 꾸준히 쌓아갈 수 있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며, 이런 기업과 브랜드를 발견하는 과정을 이끌어야 하는 건 바로 “우리” 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노준영 작가 :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 마케터, 컨설턴트다.
CJ E&M 에 방송 작가로 데뷔해 "츄잉팝", "뮤딕", "팝콘" 등의 프로그램 기획 및 구성을 진행했다. 이후 K팝 매거진 편집장을 거쳐 '마케팅컴퍼니 엔' 이라는 개인 회사를 설립한 후 JTBC, 휠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내셔널지오그래픽, NICE세무법인 등 다수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회사 업무와 더불어 수많은 기업과 기관 강연을 진행하며 살아있는 트렌드와 마케팅 지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인싸력을 높여라!", "이것이 메타버스 마케팅이다", "요즘 소비 트렌드"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