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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여행]

 

 

인천시민애집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39번길 74

 

 

 글 _ 김예슬 (작가)


 

인천역에서 내려서 삼국지 벽화거리를 지나 자유공원 쪽으로 걷는다. 돌계단을 거쳐 올라가는 정문은 폐쇄되어 있으므로 인천시민애집에 가려면 제물포구락부 맞은 편에 있는 입구를 사용 해야한다. 넓은 정원 안으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건물 두 채가 놓여있다. 송학동 인천 시장 관사 시절 오른쪽은 경비동, 왼쪽이 관사동이었다. 오른쪽은 전망대로 사용 중이고, 왼쪽이 오늘 의 목적지다. 잘 가꿔진 정원 사이로 인천바다 윤슬이 빛나는 터. 원래 이곳에는 1900년대 일본인 사업가가지은 별장이 있었다. 1960년대에 인천시가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고 별장을 철거한다. 1966년 한옥을 새로 지었는데, 2001년까지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했다. 인천시청이 이전하며 집은 인천역사자료관으로 활용되다가 2021년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로 다시 문을 연다. 인천시민애집 이야기다.

 

 

건물은 규모 때문인지 전통적인 한옥처럼 보이지만 현대적인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있다. 전면 유리창으로 덮여있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현관은 양쪽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여닫이이다. 내부는 복도로 연결되어있어 현대적 생활이 가능하다. 개량된 도시한옥 특징이다. 근대 도시화를 거치며 한옥도 변화를 맞았다. 1930년대부터 1960년 대까지 도시한옥이 대량으로 지어지고 공급되었다. 북촌 한옥마을이 대표적인데, 작은 앞마당을 두고 네모로 둘러싼 집 형태 가 일정하게 배치되어 골목을 만드는 형태다. 서울 안에 영등포나 돈암동 일대 등에 그 흔적 이 남아있다. 서울 밖 다른 지역에도 도시한옥 단지가 꽤 지어졌다.

 

 

내부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넓은 공간이 있다. 시장 관사로 사용되던 시절 연회나 행사를 하던 사랑채다. 현재는 문화행사를 여는 곳으로 쓰이고 있다.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집 안은 오후가 될수록 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겨울 바람에 얼어붙은 코와 귀를 매만지며 한 구석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풍경을 바라본다. 기울어지는 햇살을 따라 한옥 창살이 그림자를 만든다. 길게 늘어진 창살 무늬를 따라 자세도 나른해진다.

 

 

복도를 따라 현관 오른쪽 공간으로 향한다. 복도에는 인천 출신 예술가, 독립운동가, 외국인 선교사 등을 설명해두었다. 오른쪽 공간에도 사랑채처럼 넓은 대청마루가 있다. 사랑채와 마찬가지로 대청마루 쉼터도 전면이 둘러진 유리창이 정원의 빛을 내부로 끌어온다. 넓고 환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보니 인천시민애집은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좋다. 2023년 tvN 예능 <알아 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5화 인천편이 이 공간에서 촬영되었다. 대청마루 쉼터에서 바로 옆에는 마치 가정집 같은 거실은 규모의 공간이 붙어있다. 거실을 중심으로 작은 방들이 놓여있다. 현관 왼쪽에 있던 사랑채부터 오른쪽으로 대청마루, 거실, 방으로 거치며 공간은 점점 아담해진다. 관사로 사용하던 시절 사랑채 반대편 오른쪽 공간은 시장과 그 가족들이 사용 했을 것이다.

 

도지사나 시장 관사 경우 공간배치 또는 현관을 분리해서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을 나누었다. 충남도지사관사가 있는 대전 테미오래, 경남 도지사 관사였던 창원 경남도민의 집 등이 그 예이다. 올해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북도지사관사, 부산 수영구에 부산 시장 관사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차례로 개방되었다. 2000년대에 들면서 시도지사관사가 과거 권의주의 시대의 옷을 벗고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진 결과다. 한 건물이 시대에 따라 용도와 의미가 달라지거나, 복원 또는 철거되는 걸 보고 있자면 가치는 불변하는 게 아니라 현재에 만들어지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합의점이란 생각이 든다.

 

 

거실에서 작은방들로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천장을 꼭 올려다보시기를. 한옥 우물마루 바닥 모양인데 하나하나 다 다른 모양으로 짜맞춰 끼워두어서 공예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있다.
인천시민애집 내부는 사랑채, 대청마루, 거실 뿐만 아니라 방들마다 책상과 의자, 방식이 마련 되어있다. 누구나 와서 편히 실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이 공간 구석구석마다 느껴진다. 빈공간은 어떻게든 채우고 싶은 욕심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곳은 공간을 최대한 비워두었다. 오롯이 이 곳을 시민들이 이야기를 채워주길 바라는 듯하다.


제철 과일을 찾아먹듯 제철 풍경을 꼭 챙겨 보는 편이다. 봄이 되면 목련을 시작으로 개화하는 꽃을 찾아다니고, 여름이 되면 붉은 노을과 산뜻한 밤공기를 맡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을 기다린다. 가을이 되면 나무 가지마다 맺힌 주황색 감과 오색찬란한 단풍을 눈에 담기 바쁘다. 그리고 마지막 겨울이 되면 한옥을 자주 찾는다. 차가운 공기를 해치고 아랫목 안에 쏙 들어가 몸을 녹이고픈 마음 때문일까. 한옥에서 실아본 적은 없지만, 겨울이야말로 한옥이 갖고 있는 강점을 감각할 수 있는 계절인건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깊숙하게 들어오는 햇살, 바닥부터 따뜻한 공기, 눈이 내리면 고요해지는 마당. 특히 함박눈이 예보되면 마치 겨울잠을 위해 제집에 찾아가는 다람쥐처럼 종묘, 길상사, 지방 고택, 정원을 갖춘 한옥카페 어디라도 찾아 간다. 12월은 인천으로 뽑은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인천시민애집 창문 가까이에서 따뜻한 쉼을 누려보시기를 추천한다.

 

참고.
인천시민애집 주변에 볼 게 많지만 옆집인 이음 1977을 꼭 가보시기를. '공간 사옥', '아르코 미술관'을 설계한 김수근 건축가가 지은 단독주택으로 이곳 역시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다.

 


김예슬 작가 : 휴가를 내지 않고도 주말을 여행자처럼 쓰기 위해 건축 여행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 전국을 여행했고 1,000곳이 넘는 건물을 기록했다. 대학에서는 국문학과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서울의 근현대의 시간을 간직한 54곳의 건축 여행지를 담은 "서울 건축 여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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