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드]
전라남도 남원
#커피오소리_로스터스 #은달래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맛있는 커피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커피오소리 로스터스
커피오소리 로스터스는 남원 동충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다. 일부러 발품을 팔아 카페를 찾아와야 하는 위치지만 커피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며 찾는 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원두 로스팅을 하기 위한 공간으로 준비하다 다양한 원두를 소개하는 체험 공간 겸 카페로 열게 되었다. 카페 이름은 이태산 대표의 포부가 담겼다. 벌꿀오소리는 족제빗과 동물로 재빠르고 용맹하기로 유명한데, 꿀을 먹을 때 벌에게 쏘여도 망설이지 않고 맞선다고 한다. 커피오소리는 이태산 대표가 벌꿀오소리처럼 포화상태인 커피 시장에 용맹하게 뛰어들 때의 용기와 커피로 우주를 정복하겠다는 꿈을 담은 것이다. 카페는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꾸몄다. 카페 공간 바로 옆에는 원두를 로스팅하는 공간이 있다. 에스프레소 커피에 사용하는 원두는 매일 로스팅된다. 3~4일의 숙성 기간이 지난 원두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손님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싶은 대표의 많은 연구와 노력이 녹아 있다.
로스터리 카페에서 필터 커피는 빠질 수 없는 메뉴다. 왜냐하면 원두의 가장 맛있는 포인트를 찾아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내려서 바리스타가 전하고자 하는 맛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오소리에는 8가지 원두가 준비되어 있다. 커피의 맛을 상상하며 어떤 원두를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보통 원두를 소개할 때, 원두 생산지의 나라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커피오소리는 행성 이름으로 원두를 소개하고 있다. 태양을 기준으로 수성,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으로 나눠진다.
주소: 전북 남원시 비석길 158 1층
전화번호: 0507-1400-8910
운영시간: am 10:00 ~ pm 6:00 (매주 수요일 휴무)
대표메뉴
- 카페라테 5,400원
- 아이스크림라테 5,800원
- 레몬차 5,000원
- 호두파이 3,900원
- 휘낭시에 2,900원
태양과 가까워질수록 묵직한 다크초콜릿 맛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태양과 멀어질수록 산미와 화사한 과일 향이 풍성해진다. 원두를 우주의 행성에 비유하는 것이 재미있다.
원두는 커피 한 잔 분량으로 소분해 밀폐시켜 보관한다. 이는 원두가 가진 향을 최대한 유지하여 손님에게 대접하는 방법이다. 원두의 종류별로 로스팅 정도가 다르다 보니, 원두의 색깔과 한 잔에 들어가는 커피의 양도 조금씩 다른 것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커피는 드립머신을 사용해 균일한 맛으로 추출한다. 원두를 선택하면 행성별로 스토리를 담아 재미있게 설명한 커피 노트도 함께 제공된다. 행성의 이름이 주는 느낌과 원두의 맛을 연결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아이스커피에 들어가는 얼음에도 신경을 썼다. 얼음이 빨리 녹으면 커피 맛이 바뀌기 마련인데, 아이스 볼 형태의 얼음을 사용해 최대한 천천히 녹아 처음 맛을 유지하도록 했다. 얼음을 하나씩 얼려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맛있는 커피를 전하기 위한 노력이다. 아이스커피는 투명한 유리잔에 담겨 내어진다. 커피에 담긴 얼음이 우주에 있는 행성 같은 느낌도 든다.
카페오소리는 처음에는 필터 커피만 판매하다 작년부터 에스프레소 커피도 추가했다. 에스프레소 블랜딩 원두는 특히 카페라테와 잘 어울려서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다. 대표 메뉴를 특별히 표시해 두진 않았지만, 필터 커피와 카페라테를 꼭 마셔보길 추천한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에이드와 차도 다양하게 준비해 두었다. 직접 만든 휘낭시에와 호두 파이, 크로플 등 디저트도 커피와 함께 곁들여 먹기 좋다.
남원에서 만나는 아프리카
은달래
남원에 도착하면 조금 서둘러 방문해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은달래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카페이다. 광한루 근처에 있는 이 카페는 11년 동안 지금의 자리에서 긴 시간을 이어오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카페 문을 열어 둔다.
카페 외관부터 은달래만의 색깔이 엿보인다. 노란색 벽과 주황색 지붕을 가진 나지막한 건물이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긴다. 옛날 가정집이자 양복점을 했던 곳이 지금의 은달래가 되었다고 한다. 내부는 기존의 한옥 서까래를 그대로 보존하고, 선반과 테이블을 두었다. 의자의 방석부터 파티션을 나누는 천까지 허투루 둔 것이 없다. 편안함과 아늑함이 카페 공간 곳곳에서 느껴진다. 게다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소품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에티오피아의 커피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품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은달래라는 이름은 하강주 대표의 아들이 에티오피아 커피학교에서 유학할 때 사용하던 에티오피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철수, 영희처럼 에티오피아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름이라고 한다. 한글인 줄 알았던 은달래가 에티오피아 언어라니 더 신기하고 정감이 갔다. 작년까진 아들과 함께 카페를 운영했는데 얼마 전 강릉에 은달래 2호점을 내면서 하강주 대표가 남원점을 도맡고 있다. 원두는 강릉 은달래 2호점에서 직접 로스팅한 아프리카산 원두를 사용한다.
핸드 드립을 주문하면 커피 바에서 커피 내리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원두 종류를 선택하면, 그 특징이 잘 담기도록 커피를 맛있게 내려준다. 바리스타마다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이 다른데, 은달래의 커피는 쓴맛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로스팅부터 분쇄, 추출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분쇄도도 다른 카페보다 굵고, 커피를 추출할 때는 가는 물줄기로 천천히 내린다. 원두량에 비해 적은 양을 추출하는데 이 또한 커피 맛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추출하는 동안에 퍼지는 커피 향이 좋았다. 처음 커피가 입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무척 부드러워 “와 맛있어요.”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두 번째부터는 원두가 가진 특징들이 하나씩 느껴졌다. 좋은 원두로 맛있게 볶은 원두는 커피 맛이 풍부하고 깊다. 커피잔도 아프리카에서 온 잔을 사용한다. 커피 한잔에 문화와 멋, 맛이 다 담겼다. 에스프레소 커피 메뉴도 있는데, 아메리카노라는 이름 대신 아프리카노라는 이름을 쓰는 것도 재미있다.
커피 외에도 인도 요구르트인 라씨와 한방차가 준비되어 있다. 오랫동안 한방 공부를 하고 있는 하강주 대표가 만든 발효 쌍화차가 특별하다. 발효 쌍화차는 국산 재료를 사용해 일 년 동안 발효시켜 만들어서 보통의 쌍화차와는 다른 깊은 맛을 가졌다. 몸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건강한 한방차다. 디저트는 호두 타르트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고소한 호두와 부드러운 타르트의 식감이 잘 어울린다. 디저트가 담긴 아프리카 기린 디자인의 접시가 이색적이면서도 귀여웠다. 남원의 한자리에서 긴 시간을 이어오는 곳인 만큼 시간의 깊이와 은달래만의 특별함, 따뜻함이 가득했다.
신유진 작가 : 여행 전문 블로그 ‘조그만 여행상사’를 운영하며 던킨도너츠 블로그, 경기관광공사 등에 여행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저서로는 《청춘여행 버킷리스트》 《청춘의 여행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