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욜로 넘어 요노?
요노는 라이프스타일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나?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칼럼니스트)
나는 1가지만 산다?
얼마전에 아주 재미있는 사례를 보았다. 한 연예인이 “라멘” 이라는 음식에 빠져 있었다. 라멘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면 오픈런(오픈을 줄서서 기다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꼭 먹어본다고 한다. 그리고 먹어본 라멘은 모두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것이다. 이 기록들을 보면, 해당 라멘을 먹을 때의 기억과 맛이 생생하게 떠올라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정말 라멘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그런 측면이 있었다.
이 연예인만큼 열정적인 건 아니지만, 피자를 정말 좋아하는 나는 동네에 피자집이 새로 생기면 꼭 먹어보는 습관이 있다. 어딘가에 피자 맛집이 있다고 하면, 주변에서 강연이 잡힐 때 가본다. 나 역시 기록한다. 항상 들여다보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라멘을 좋아하는 연예인, 그리고 피자를 좋아하는 나는 모두 1가지에 집중하는 요노족이다. 욜로는 들어봤는데, 요노는 또 뭘까? 라이프스타일에 새롭게 영향을 주고 있는 요노의 개념과 방향성을 탐구해보기로 한다.
가성비의 시대, 1가지만 택한다
요노(YONO)는 You Only Need One 의 약자다. 풀이하자면 “당신은 오직 1가지만 필요하다” 는 말이 된다. 여기서 1가지만 필요하다는 건 2가지 방향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1번째는 정말 1가지만 사는 것이다. 다양한 소비 선택지가 있다. 꼭 필요한 것도 있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1가지만 사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것 위주로 말이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고물가 시대에 들어서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비율)를 따지면서 일명 자신의 만족감을 중시하는 “욜로족” 이 등장했다. 욜로는 자신의 만족감을 중시했기 때문에 진지한 판단 기준을 활용하기보다는 주로 돈을 쓰는 쪽에 집중했다. 하지만 고물가로 인해 욜로가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며 요노로 방향성을 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성비라는 개념을 다시 접하며 생활하고 있다.
일명 미끼 상품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비에 최대한 노출될 수 있도록 가성비 좋은 제품을 전면에 배치하고, 이 제품을 구매하면서 다른 제품을 함께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가성비 좋은 제품은 미끼 상품, 즉 소비자의 관심을 잡아 끄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이 방식이 꽤나 괜찮았다. 미끼 상품을 통해 접근한 소비자들이 무언가를 함께 구매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노가 지배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서는 미끼 상품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정말 미끼 상품만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성비에 반응했다면, 스스로 가성비가 있다고 생각한 1가지 제품만 택한다. 고물가 시대에 굳이 다른 것까지 살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팔아야 하는 제품들을 세트로 구성해 같이 내놓는다. 세트가 가성비 있다면, 충분히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성비로 이야기를 좁히면 더 많은 사례가 나온다. 실제로 생활용품은 낱개 단위보다 저렴한 세트 단위가 더 많이 나간다. 편의점의 가성비 도시락은 역대급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기업들은 저마다 가성비 지향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며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중요한 건 요노다. 이런 제품들 역시 구매할 때 이 제품만 구매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얄팍한 전략보다는 제품이 가진 의미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가성비라는 의미를 정확히 구현하는 제품들이 요노의 첫번째 방향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1가지에 집중, 충성도의 시대
요노의 또다른 방향성은 그야말로 1가지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서론에서 이야기한 라멘과 피자의 사례가 바로 이 방향성에 해당하는 요노라고 할 수 있겠다. 관심사의 시대다.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집중하고, 다른 것에는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A라는 사람의 취미가 농구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농구 관련 용품은 열심히 구매하겠지만, 다른 분야의 대한 구매력은 약할 수 있다. A는 요노의 2번째 방향성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방향성의 요노는 어디서 뚝 하고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기성세대도 취미를 위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존에도 해왔던 소비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MZ세대와 알파세대를 거치며 좀 더 강해졌다. 관심사의 세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물가 시대를 만나며 선택적 소비가 필요해진 상황을 만났다. 당연하게도 관심사에는 투자하고, 관심 없는 곳에는 아끼게 된다. 그래서 요노의 2번째 방향성이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크게 주고 있다고 봐야하는 것이다.
대중들이 요노를 택하게 되면서, 기업은 충성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가지에만 집중한다. 브랜드나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공감해 해당 브랜드가 기업에 집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족스러운 소비 결과를 얻은 브랜드나 기업에 집중하고, 정체성이 뚜렷한 기업과 브랜드에게 집중한다. 실망하면 이탈할 순 있겠으나, 실망할 일이 없다면 집중이 오래 지속된다. 즉, 요노는 핵심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려 노력한다. 다른 기업, 브랜드와 차별화될 수 있는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교원라이프는 타 산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교원예움 장례식장 식음료(F&B) 서비스의 고급화와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합리적 가격으로 부담을 줄이고, 장례 서비스를 표준화 하고 있으며 직영 장례식장 노하우로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행보가 모두 교원라이프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정체성이며, 대중들에게 해당 서비스에서 만큼은 교원라이프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나간다. 아울러 전문 장례 브랜드라는 브랜딩을 강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요노 최적화라고 하겠다.
요노의 삶, 당신도?
사실 요노의 삶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도 존재할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분야 하나쯤은 있을 것이고, 특별히 선호하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정해보는 건 어떨까? 요노의 삶은 욜로를 넘어 “판단기준” 이 명확한 소비를 지향한다. 여러분도 요노와 함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해 보시길 권한다.
노준영 작가 :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 마케터, 컨설턴트다.
CJ E&M 에 방송 작가로 데뷔해 "츄잉팝", "뮤딕", "팝콘" 등의 프로그램 기획 및 구성을 진행했다. 이후 K팝 매거진 편집장을 거쳐 '마케팅컴퍼니 엔' 이라는 개인 회사를 설립한 후 JTBC, 휠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내셔널지오그래픽, NICE세무법인 등 다수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회사 업무와 더불어 수많은 기업과 기관 강연을 진행하며 살아있는 트렌드와 마케팅 지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인싸력을 높여라!", "이것이 메타버스 마케팅이다", "요즘 소비 트렌드"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