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
시드니에서 경험해 볼 만한 일들
글 / 사진 _ 길정현(여행작가)
유달리 추웠던 이번 겨울도 봄기운에 슬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도 같긴 하지만 본래 3월은 추운 달이다. 한겨울만큼은 아니지만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에 못 미쳐서인지 심리적으로는 더 춥게 느껴진다. 사람은 본래 추울 땐 여름을 기다리고 더울 땐 겨울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존재. 당장이라도 남반구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면 이 일이 가능하다.
내가 몇 년 전 시드니로 향했던 때는 무려 8월 중순이었다. 덥다 못해 찜통 속 만두가 되는 것 같아 참지 못하고 겨울 나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었다. 시드니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에 비하면 댈 것도 못되지만 어쨌거나 ‘피서’를 제대로 했던 기억. 오늘은 계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시드니에서 경험해 볼 만한 일들을 소개한다.
그 동네 사람들이 사는 모습, 마켓 구경하기
그 동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슬쩍 엿보기에는 시장 구경만한 것이 없다. 사람이 먹고 사는게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내가 알던 사과가 이 동네에선 조금 다른 모습인게 눈에 보이면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다. 설령 완전히 관광 상품화되어버린 그런 시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패디스 마켓 Paddy’s Market
차이나 타운 근처에 위치한 곳으로 타 마켓이나 상점에 비해 같은 상품도 좀 더 저렴하다. 기념품 등도 많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월,화가 휴무여서 과일과 채소 등은 일요일에 방문하면 더 저렴해지니 참고.
위치: 9/13 Hay St, Haymarket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영업 시간: 월/화 휴무이며 그 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드니 피쉬 마켓 Sydney Fish Market
우리식으로 치면 수산시장이지만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좀 더 레스토랑스럽고 깔끔하게 정비된 느낌. 시드니에만도 수산시장이 꽤 여러곳 있지만 이곳이 최대 규모이고 가장 유명한 곳이다. 오션뷰와 함께 취식이 가능한 것도 장점. 단,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갈매기들을 조심하자.
위치: Corner Pyrmont Bridge Rd &, Bank St, Pyrmont NSW 2009 오스트레일리아
영업 시간: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록스 마켓 The Rocks Market
공방에서 만든 것 같은 수공예품이나 예술작품, 친환경 웰빙 제품 등을 주로 다루는 약간은 개성있는 시장. 독특하고 매력적인 상품들이 많다보니 가격대는 살짝 있는 편이고 상품이 아니라 작품에 가까운 물건들의 경우는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 유념하자.
위치: George St, The Rocks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영업 시간: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볍게 산책하며 핫도그 하나!
기본적으로 날씨가 온화한 시드니는 걷기 참 좋은 동네다. 그 중 울루물루 Woolloomooloo 는 로얄 보타닉 가든과도 가깝고 시드니의 상징격인 오페라 하우스, 미세스 맥쿼리 포인트 등 주요 명소와도 가까워 함께 걸어보기 딱 좋은 곳이다.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평화롭고 조용한 동네여서 매력적인 곳. 단, 근처의 킹스크로스는 우범지역이라 이쪽까지 들어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많은 바다 주변으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바다 방향으로 가다보면 해군기지가 나오고 그 앞에는 Harry’s Cafe de Wheels이라는 본래의 이름대신 ‘울루물루 핫도그’로 불리는 작은 카페가 위치해있다. 수많은 유명인이 다녀간 곳인데 관광객들에게는 핫도그가, 현지인들에게는 미트파이가 인기인 곳이니 취향에 맞게 시도해보자.
<Harry’s Cafe de Wheels>
위치: Cowper Wharf Roadway, Woolloomooloo NSW 2011 오스트레일리아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커피 대신 차 마셔볼까? 호주의 대표 티 브랜드, T2
호주는 예로부터 영국의 영향을 받아 차와 커피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특히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롱블랙,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숏블랙이라는 독자적인 명칭을 사용할 정도로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인데 차 또한 수준이 높다. 맛있는 커피는 한국에도 많이 있으니 이번에는 커피 대신 호주의 대표적 차 브랜드인 T2를 만나보자. T2는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현지에서 실컷 누리는 것을 추천. 초콜릿이나 비스켓 등 티푸드들도 함께 구입 가능하고 티팟이나 잔들도 예쁜 것이 많으니 탕진 주의!
위치: 시내에 여러 지점이 있으니 편리한 곳으로 방문가능
* 사진 속 장소는 QVB 지하에 위치한 곳.
좀 더 특별한 것은 없을까?
좀 더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교외로 눈을 돌려보자. 교외에서의 활동은 반일 혹은 일일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인 교외 상품으로는 와이너리 방문 및 시음, 코알라가 있는 동물원 방문, 팰리컨 피딩 구경, 블루마운틴 산행 등이 있다.
길정현 작가 :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대한항공에 11년 째 근무하며 틈틈히 여행을 다니고,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고작 5일>,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프로방스 미술 산책>, <고양이와 함께 티 테이블 위 세계정복>,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 <1일 1면식>,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가 있다.